1.

김중식의 출현은 정국을 완전히 폭발 직전으로 몰고 갔다. 국회와 매스미디어 뿐 아니라, 시민 사회가 벌떼처럼 들고일어났다. 그의 사망을 확인하고, DNA까지 같다고 발표했던 국립과학연구소에서부터 검찰과 경찰까지 모든 기관이 사색이 되어서 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청와대에서는 다시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방송은 특집과 속보로 가득했고, 인터넷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수많은 음모론이 등장했다.
결국 모두가 김중식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의 증언이 정국의 뇌관과도 같았다. 온 세상이 그의 입을 바라보았다.

그날 하루 종일 정신없는 가운데, 최영석 의원만은 시내의 호텔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스위트룸 하나를 잡아서 김정국과 단 둘이 전화를 받으면서 대책 회의를 해야 했다.
다른 때 같으면 한 장소에 모여서 회합을 가졌겠지만, 현 정국에서는 누군가가 모처에 모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았다. 모두가 자기 자리에서 전전긍긍했다. 오후가 되어서야 연락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가서 김중식을 만나라고 하십니다.’
최영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김중식은 검찰청으로 이송되어 있다. 그 주변은 수많은 기자들과 농성자들로 가득하다. 시민단체들도 가득하다. 어디 하나 빠진 곳이 없을 정도로 장사진을 치고 있다.
정권은 더 이상 누군가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사실 정권으로서는 할 만큼 했다. 그동안 국민들의 눈치를 보느라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모든 문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좋은 시기였다. 이제 올 한 해만 남았다. 내년 봄까지는 선거가 없다. 대통령 선거도 없고, 국회의원 선거도 없고, 지방 단체장을 뽑는 선거도 없는 ‘골든타임’이었다.
그 좋은 기회를 이용해서 모든 일들을 일사천리로 정리해나가는 중이었다.
그동안 어쩔 수 없이 좌파를 따라가야만 했던 복지는 돈이 없다는 핑계로 뭉개버렸다. 아우성이 일어났지만, 무시했다. 2 년은 긴 시간이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유권자들에게는 길고도 긴 시간이다.
보안 사건들은 당연히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유죄를 때려도 되었다. 좌파의 변호사들은 억지 판결에 밀려 찌그러졌다. 모두가 마음껏 처리했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쪽 인간들이 걸려든 경우였다. 그런 경우에도 눈치 보지 않고 모두 쉽게 풀어주었다. 꼬리를 자르고 비용을 지불했다. 비용이 비싸더라도 두 말 않고 질렀다.
골든 타임에 한 제일 중요하고 큰 건은 바로 김중식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정리한 일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정국을 이제야 풀어낸 참인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시점에 와있다.
그러나 게임에는 법칙이 있다. 위원회로부터 나오는 모든 명령은 그대로 실행하는 게 원칙이다. 그건 어느 한 사람의 뜻이 아니라, ‘위원회’에서 내린 결론이기 때문이다.
최영석은 전화를 끊고 김정국을 돌아보았다.
“지금 누가 데리고 있지?”
“곤란한 인물이 데리고 있습니다.”
“뭐?”
곤란한 인물일 리가 없지 않은가? 우리 쪽 사람이 데리고 있어야 맞지. 이 중요한 시국에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맞추지 못하나?
“일부러 그런 것 같습니다.”
“일부러?”
“우리 쪽 사람이 맡으면 해결 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래서 버릴 카드를 선택한 모양입니다.”
“그게 누구야?”
“오두진 검사입니다.”
빌어먹을. 최영석은 재킷을 입으면서 투덜거렸다.
“그놈은 쉽게 안 버려져. 검찰의 중진들이 밀고 있어. 검찰 놈들의 알량한 자존심이지.”
김정국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어쩌시렵니까?”
“협상해야지.”
“오두진이 가로막을 텐데요?”
“오두진하고 협상하겠다는 말이야.”
최영석은 문을 열고 나가다 말고 김정국을 돌아보았다.
“자리 뜨지 말고 있어주게. 대책 회의가 어디서든 열리게 되면 거기서 보세.”
김정국이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두진은 사무실 창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밖은 난리도 아니었다. 청사 부근에서의 농성은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길 건너에는 이미 농성이 시작되고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사람들이다. 광화문 네거리에 농성장을 만든 때로부터 거의 1 년이 되어가도록 볼 수 있었던 농성자들, ‘오유해운’으로 인해서 피붙이를 잃은 유가족들이었다.

두진은 커피를 두 잔 들고 사무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김중식이 앉아 있었다. 방 안에는 CCTV도 없었고 녹음 시설도 없었다.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고서야 그를 가로챌 수 있었다. 검사장 말로는 그렇게 하지 않고는 자기 힘으로도 김중식을 확보할 수 없다고 했다.
김중식은 생각보다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정국을 엄청난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죽었다가 다시 부활한 사내치고는, 아니, 죽을 뻔하고 다시 프리랜서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가 벗어난 사람치고는 너무나 느긋하고 당당했다.
커피를 건네고 마주 앉았다.
“세상을 일 년에 두 번씩이나 뒤집어놓으셨습니다.”
“내가 한 일이 아니오.”
“읽어보셨습니까?”
두진은 두꺼운 서류철을 가리켰다. 자신이 정리한 ‘오유호’ 사건을 김중식에게 읽게 했다. 김중식이 인정하든 안 하든 그게 진실일 거라고 생각했다. 온 세상이 아니라고 우겨도 진실은 이거라고 생각했다.
“오검사님. 이 정보 어디서 구한 겁니까?”
“구한 게 아니라, 우리 팀에서 그동안 수사한 것을 정리한 겁니다.”
“프리랜서가 아니라, 이 사건을 수사하고 계셨습니까?”
“프리랜서와 당신을 수사하고 있었죠.”
“오류가 있던가요?”
김중식은 싱긋 웃었다.
“녹음 안 하기로 했죠?”
두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중식이 안면의 웃음기를 거두고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프리랜서가 그러더군요. 오두진 검사를 만나게 된다면 그를 신뢰해도 좋고, 만일 만나지 못한다면 다시 탈출하는 걸로 하자고요.”
“뭐요?”
두진은 황당해져서 김중식을 올려다보았다.
“이렇게 만나게 되었으니, 정말 프리랜서의 말대로 검사님을 믿겠습니다. 수사에 적극 협조할 테니까 뭐든 질문하십시오.”
“오유호 사건부터 정리합시다.”
김중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려주면 날 보호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검찰에 들어오신 이상, 범죄만 소명되면 그에 대한 대가를 받는 거지. 그 이상도 이하도 없을 겁니다.”
두진은 김중식이 보고 있던 서류철 외에 자신도 가지고 있던 똑같은 서류철을 열었다. 오유호. 자신도 놀랄 만큼 상세한 내용이다. 그리고 이 내용은 한 통의 이메일로 전달된 것이다.
발신인은 프리랜서, 수신인은 오두진이었다. 공식 메일이 아니라, 개인 메일로 들어왔다. 그가 자신의 개인 메일을 안다는 것에 기분이 더러웠고, 범인에게 놀림을 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프리랜서의 심문 능력이었다. 오유호에 대해서라면 수많은 낭설들이 존재했다. 좌우를 막론하고 음모론이 난무했다. 진보 측은 정경유착으로 시작해서 고의사고까지 떠들었고, 보수 측에서는 빨갱이들이 일으킨 고의 사고라고까지 나아갔다. 그렇게 수많은 음모론 가운데에서 제대로 파악하고 심문하는 것도 기술이다. 그렇지 못하면 오히려 피심문자에게 말려들기 쉽다.
그런데 프리랜서는 정확하게 사건의 내막을 파악했다. 오유해운의 지나온 흔적까지 체크해서 하나씩 풀어갔다. 그래놓고 김중식을 심문했다. 그 결과로 한편의 기막힌 범죄 드라마가 탄생한 셈이다.



2.

해운업계의 보험사기는 역사가 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나시스는 젊은 날에 선박의 보험사기가 일확천금이 된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어느 때는 골드바를 배에 실었다고 신고한 다음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배를 침몰시키기도 했고, 낡은 배를 사들인 후에 거액의 보험에 가입한 후, 역시 바다 한가운데에 침몰시키면서 보험사로부터 거액을 챙겼다.
옛날에는 그게 잘도 통했다. 항적기록장치나, 통신과 심해조사장비도 없던 시절이니까 손쉽게 보험사기를 실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에는 그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인공위성의 발달로 전 세계의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들의 움직임이 낱낱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종 선박사고에 대비해서 각국의 관제소들이 완벽한 장비를 갖추고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운업계의 선박보험사기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어려워졌다. 그래도 하려고 들면 못할 것은 없다. 다만, 공모자들이 조금 더 늘어나서 나누어 먹을 인간의 숫자가 많아질 뿐이다.

4 년 전, 오유해운은 첫 번째 보험사기를 시도했다. 당시에 선령이 30 년 넘어서 더 이상 운항이 어려운 선박을 서해 한가운데에서 침몰시켰는데, 인명 피해 없이 깔끔하게 해결하고 보험금을 챙겼다.
보험사의 입장에서는 선박이 감항성에 위배되지 않고, 이상 없이 출발했다면 당연히 보험금을 지불한다. 감항성이라는 건 말하자면 선박이 정상적으로 운항준비를 갖추고 출발했느냐는 점이다.
내용을 보면, 선체의 각 부분에 결함이 없을 것, 적당한 부속품이 준비되어 있을 것, 화물이 적절하게 실려 있을 것, 필요한 서류의 구비가 되어 있을 것 등이다.
대한민국은 사실 그런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선박을 운행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할 수 있는 이면에는 해운업계의 오래된 비리가 숨어있다.
선박을 건조하거나, 혹은 사들이거나, 평소 운행할 때는 한국선급에서 관리 감독한다. 토목이나 건축으로 치면 감리회사와 같은 것이다. 선박을 증축할 때에도 어김없이 한국선급의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또 운항을 하거나 화물을 싣거나 안전장구를 갖추거나 하는 일에는 당연히 해양경찰의 지도와 감독을 받는다. 기상 상태가 안 좋거나, 안보에 관한 문제가 있거나 하면, 운행을 늦추거나 중도에 회항, 정박 등을 명령할 수도 있다.
그리고 계속해서 선박의 운항 상태를 주시하면서 서로 교신을 한다. 여객선의 경우에는 더더구나 여객들이 승선하고 있으니까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여객이 없더라도 선박사고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관리가 철저할 수밖에 없다.
만일 통상적으로 국내 연안을 운항하는 6 천에서 7 천 톤 정도의 여객선이 침몰한다고 치면 그 새어나오는 기름으로 오염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선박을 인양하려고 들면 몇 천억에서 조 단위의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무리하게 증축하거나, 화물을 과적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들끼리의 커넥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평소에 업무관계로 밀접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사이에는 당연히 오고 가는 게 있기 마련이다. 법대로 규정대로 하면 아무 문제도 없겠지만, 대한민국은 절대 그렇게 정상적이지 않다.
평소에 정이 듬뿍 담겨 있는 떡이나 떡값이 다정하게 오고 가기 마련이다. 또 국가의 관리로서 정년을 맞이하거나, 어떤 불미스러운 사유로 옷을 벗게 된다면, 다른 회사들에서는 거리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을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곳이 바로 해운회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생긴 커넥션을 이용해서 쉽게 보험사기를 진행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옛날의 오나시스처럼 보험사기를 실행에 옮길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때와는 너무나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다.

오유해운은 두 번째 보험사기를 준비했다. 외국에서 이미 20 년 가깝게 운행하다가 매물로 나온 7천 톤급 페리를 싼값에 사들여서 승객을 더 실을 수 있도록 대폭 증축했다. 본래는 선령 20 년 이상은 운행이 불가했는데, 열심히 로비한 덕분에 선령 30 년 이상으로 운행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렸다. 그렇지 않았다면, 오유호는 수입 자체가 불가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항로에서 운항을 시작했는데, 아무리 용을 써도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항로에서는 수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시장에 내놓았는데, 이미 선령이 30 년에 가까운 데다가 무리하게 증축도 한 상태여서 제대로 팔릴 리가 없다.
더 늦기 전에 보험금을 타 먹어야만 본전을 뽑을 수 있을 것 같다. 고철값으로 배를 넘길 수는 없었다. 김중식은 상부에 보고했다. 상부에서도 그렇게 하기로 결론을 냈다.

D-DAY를 잡았다. 이런 일에는 최소한의 인원만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출항을 할 때에는 정비 사항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야 했다. 다른 때보다 신경을 써야 했지만, 일일이 점검하고 평소대로 하지 않으면 이상해보일 수도 있으니까 짐짓 하던 대로 하게 두었다.
어디쯤에서 침몰을 시킬 것인가. 하수인들에게 미리 정해주지 않았다. 바다는 시시각각으로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기상 상태는 양호했다. 양호하다는 뜻은 날씨가 좋다는 뜻이 아니라, 날씨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안개가 자욱했고, 부슬부슬 비도 내렸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평소에 비해 심하게 일렁였다.
이제 포인트만 잡으면 된다. 군산 앞바다를 지나는 때에 잠시 포인트를 잡을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너무 섬들이 많고 어장도 많았다. 게다가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작은 고기잡이배들이 많았다.
포기하고 더 내려가도록 했다. 남해로 나아가게 할 것인가.
여객선이니까 그건 위험하다. 화물만이 아니라 승객이 타고 있다. 인명피해가 많이 나면 보험금이 올라간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커다란 물의가 일어난다. 과도한 시선을 피해야 하니까 구조가 쉬운 곳을 택해야 한다.
포인트를 찾는 가운데 배는 서서히 진도 앞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3.

최영석은 취재진과 시위대를 피해서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량 앞을 막을까봐 대운이 진구와 함께 나와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길을 텄다.
기자들이 누군가 해서 달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뒷좌석을 악착같이 막은 직원들로 인해 최영석의 사진을 담지는 못했다.
지하주차장으로 들어서고도 건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막고 선 기자들 탓에 몇 층을 더 내려가서야 겨우 공간을 확보하고 엘리베이터로 뛰어들었다.
“어서 오십시오.”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두진이 최영석을 맞이했다. 정중했지만 웃음기 없는 두진을 바라보면서 최영석은 적대감으로 온몸의 신경이 확 살아나는 느낌을 받았다. 두진이 안내하는 대로 한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등 뒤에 대운과 진구가 나란히 서서 사무실 입구를 지키는 걸 보았다.
‘이 자식들, 자기들이 뭐라도 되는 듯이 구는구만. 당장은 참는다만은, 일 끝나고 나면 너희들 전부 한 방에 날려주마.’
최영석은 입을 꾹 다문 채 사무실로 들어갔다. 사무실 안에는 이미 정보를 받아서 알고 있는 김영란이 소파에 음료수를 놓으면서 활짝 웃었다.
“어서 오세요. 의원님.”
최영석은 말없이 소파에 앉았다. 어디서도 절대 주눅이 들지 않을 최영석이었지만, 이 방 안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압감이 느껴졌다. 아마도 똘똘 뭉쳐서 움직이고 있는 수사팀의 분위기 탓일 것이다. 수사팀이라고 해야 단 넷인데, 이것들이 보통 골 아픈 인간들이 아니다. 정보는 전혀 새어나오지 않고 있고, 전부들 앞뒤 안 가리고, 모가지 걸고 달려든다. 이 세상에서 가장 골 아픈 상대가 바로 목숨 걸고 달려드는 인간들이다. 죽겠다고 마음먹으면, 무서울 게 없어지기 때문이다.
두진이 앞에 앉더니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참고하시고 만나보십시오.”
“이게 뭐요?”
“방금까지 심문한 내용입니다.”
서류철 표지에는 ‘오유해운 전반’이라고 쓰여 있었다.
“지금껏 이걸 심문했소? 지금 급한 건…”
“프리랜서를 잡는 게 더 급하지요.”
“그런데?”
“프리랜서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의원님께서 좀 입을 열게 도와주십시오.”
두진이 일어나면서 영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취조실로 통하는 이중으로 된 문을 열었다. 최영석은 서류철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녹화하지 않겠습니다. 녹음도 없습니다. 마음껏 대화하십시오.”
최영석이 인상을 쓰고 돌아보았다.
“밖에서 우리 대화가 들리나?”
“들리지 않습니다. 그렇게 약속 드렸지 않습니까?”
그렇지.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허락하지 않으면, 너 따위 평검사가 김중식을 데리고 있을 수 없으니까. 검사복을 입고 버티는 것도 우리가 필요로 해서 눈을 감아주니까 가능한 거야.
최영석은 피식 웃으며 다음 문을 열었다. 취조실 책상에 우두커니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김중식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입니다. 의원님.”
대꾸 없이 서류철을 책상 위에 집어던졌다. 보나마나 줄줄이 불었다면, 그건 서로 같이 지옥행 열차를 타자고 달려드는 것과 같다.
“내용 보셨습니까?”
중식의 능글능글한 웃음을 보면서 앞에 털썩 앉았다.
“김중식씨,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었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인 거야?”
“뭘 다 해주셨는데요?”
“자네 측근들 전부 집행유예야. 1심부터 그랬다는 말일세. 우리로서는 난리가 날 걸 각오하고 정리한 걸세. 물론 자네 아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항소심에서 다시 더 낮출 수 있었어.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야?”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내가 다 뒤집어쓰고 죽은 몸이 되어서 달아났는데, 나를 다시 여기로 돌아오게 만든 게 누구입니까?”
“그건 사고야. 사고라는 걸 자네도 알지 않나?”
“날 죽이려고 한 것도 사고입니까?”
최영석은 잠시 김중식을 노려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제 와서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십니까?”
“모든 게 사고였고, 우리가 바라던 게 아니었네. 자네도 알지 않은가?”
“그러니까 이제 내가 어쩌기를 바라십니까?”
최영석은 잠시 서류철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서류철을 두들기며 말했다.
“자네도 재판을 받게 될 거야.”
“그렇겠지요.”
“아직 자네 측근들이나, 자네 아들이나 재판이 끝난 게 아니라는 걸 알지 않나?”
“지금 협박하시는 겁니까? 저번에는 통했지만, 이제는 안 통합니다.”
“협박이 아니야. 수습하자는 이야기일세. 지금 이 난국을 수습할 사람은 자네밖에 없어. 자네가 희생하면 모두가…”
“나더러 자살이라도 하라고 말하는 겁니까?”
“아니. 죄를 다 시인하면 감옥에서 고생을 좀 하겠지만, 대신 모두가 편안해질 거야. 자네 측근들도… 가족도…”
“난 이미 모든 걸 잃었고, 죽을 고비도 넘긴 사람입니다. 지옥에 갔다 온 셈이죠. 내가 뭘 더 아쉬워하겠습니까? 이제 나 혼자 죽지는 않을 겁니다.”
“자네 혼자 죽지는 않지. 자네 가족과 측근들이 같이 죽을 수 있지.”
“그럼 다 같이 죽읍시다.”
“자네… 미쳤나?”
“의원님이 내 입장이 되어보십시오. 미치지 않고 배기나.”
최영석은 답답해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중식도 담배를 피워 물고 잠시 둘은 말없이 허공만 올려다보았다. 한동안 답답하고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최영석이 다시 물었다.
“원하는 게 무언가?”
“진실을 원합니다.”
최영석은 멍한 눈길로 김중식을 쳐다보았다. 그는 어떤 경우에도 당황하지 않는 노련한 정치가였지만, 김중식도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고는 있었다. 처음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에도 협상에 애를 먹었다. 또다시 어려운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느낌이었다.
“진실은 어디 쓰려고 원하나? 다들 살고 봐야 할 것 아닌가? 그러지 말고 마음을 열고 대화하세. 자네가 원하는 걸 해주겠네.”
“진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으면 전부 다 죽습니다.”
“그게 무슨 해괴한 논리인가?”
“의원님이나, 의원님 라인이 전부 프리랜서에게 노출된 건 알고 계십니까?”
최영석은 가슴이 뜨끔했다. 자기 라인이라면 자유희망포럼을 말하는 것인가, 아니면 한일연합동맹을 말하는 것인가.
“자네 짓인가?”
“내가 알아야 알려줄 것 아닙니까? 의원님 라인을 제가 다는 모르죠.”
김중식은 허탈하게 웃었다.
“프리랜서가 나보다 더 많이 알더군요.”
“그렇군.”
최영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프리랜서에 대해서 말해보게.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들에 대해서 말해주게. 놈을 잡아야 이 정국이 끝이 나고 자네도 편해질 수 있어.”
“그를 잡는 건 불가능합니다. 차라리 그와 협상을 하십시오.”
“협상? 지금 놈과 협상을 하라고 말하는 건가?”
“그게 가장 편안한 길입니다.”
“자네… 그놈한테 세뇌되어서 돌아온 건가?”
“그렇게 당하고도 모르시겠습니까? 놈은 악마입니다. 이길 수 없다고요. 날 죽이라고 보낸 놈들도 그렇고, 염회장서부터 교과서 창고를 폭발… 모든 게 프리랜서가 한 짓이라는 걸 아시지요?”
“그러니까 놈을 잡아야지!”
“무슨 수로 잡겠습니까? 모사드와 자위대 정보군에서도 들어온 걸 압니다. 프리랜서가 내게 실시간으로 알려주고는 했죠. 그럴 때마다 그는 마치 게임을 즐기는 듯한 태도였습니다. 기관이나, 검경이 대처할 만한 작전들도 모두 알고, 그중에 마음에 드는 대로 골라서 제거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아셔야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의원님 라인이 노출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니 차라리 항복을 하십시오.”
“항복이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하나? 대한민국이 그깟 테러범 하나에 항복하는 게 말이 되나?”
“대한민국이 아닙니다. 프리랜서가 원하는 건 대한민국이 아니에요. 대한민국 따위에는 관심도 없습니다.”
“그럼 놈이 원하는 게 뭔가?”
“TC를 원합니다.”
갑자기 말이 끊기고 두 사람은 서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결국은 감히 입에 올려서는 안 될 단어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서로를 노려보다가 최영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자네… 그 이름 어디서 들었나?”
“프리랜서에게 들었습니다.”
최영석은 현기증이 일어서 이마의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프리랜서가 도대체 어디까지 접근한 것인가.
“프리랜서가 나를 죽이지 않고 의원님께 보낸 것은 경고의 의미입니다. 또 내가 메신저가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는 프리랜서가 전하라는 대로 전하는 겁니다.”
김중식은 연신 이마의 땀을 닦으며 듣는 최영석에게 거침없이 말했다.
“멈추지 않겠답니다. TC를 넘겨주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TC에 대한 정보를 넘기고 살아남으십시오. 아니면 전체적인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고 합니다.”
“자네는 그게 무언지 알고 있나?”
“알 리가 없지 않습니까? 프리랜서도 아직 모르는 걸 내가 어찌 압니까? 난 그저 오유해운의 바지사장에 불과하지 않았습니까?”
“모르니까 그렇게 전하는 거겠지. 어림도 없는 소리일세. 테러범 하나가 감히 접근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렇게 대단한 인물입니까?”
“사람이 아니야. TC는…”
최영석은 말하다 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네에게는 이제 더 할 말이 없군. 명심하게. 결국 자네 편은 우리뿐이라는 것을.”
최영석은 몸을 일으켰다.
“다시 오겠네. 시간이 얼마 없어. 그동안 잘 생각하기 바라네.”
“곧 연락이 갈 겁니다.”
“뭐?”
취조실을 나서던 최영석이 김중식을 돌아보았다. 김중식이 어두운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 미친놈. 정말 그동안의 고통이 극심해서 미친 것 같았다.



4.

최영석이 돌아가고 난 후, 두진은 팀원들과 둘러앉았다. 그동안의 자료를 모은 영란과 밖에서 탐문을 해온 진구와 대운을 모아놓고 그동안의 정보를 토대로 회의를 시작했다.
수사관들은 외근을 내보냈다. 굳이 배제하려고 한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해야만 할 청소년 관련 업무들을 원래의 자기 사무실에서 처리하는 건 주로 본래의 배당받은 수사관들이었다.
그들을 못 믿어서 배제하는 게 아니라, 보호하려고 배제했다. 누군가를 억지로 같이 죽자고 끌어들일 수는 없다. 누구도 안전하지 않을 일에 자기 의지도 아니고, 상사의 강요로 연루될 이유는 없다.
“지금부터는 김중식에게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빼내다가 프리랜서를 잡는 데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까 우선순위를 매겨보자.”
두진은 메모지를 꺼내들고 팀원들을 돌아보았다.
“전 내일 부산에 가봐야겠습니다.”
대운이 수첩을 꺼내면서 말했다.
“부산에서 소식 온 거 있나?”
“제 정보원 하나가 전화를 했습니다. 러시아 선원들 중에서 한국인에게 총을 판 선원이 있답니다.”
“총?”
두진은 속이 뜨끔했다. 총 없이도 이 모양인데, 만일 프리랜서에게 총까지 있다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다.
“예. 다음에 또 사겠다고 했는데, 알려준 전화번호가 틀리니까 역 앞의 술집들을 다니면서 프리랜서를 찾다가 안 되니까 조직폭력배들한테 가져온 총을 팔려고 접촉을 시도한 모양입니다.”
“프리랜서가 확실해?”
“확실해 보입니다. 가서 확인을 해보아야겠지만, 현재로서는 프리랜서라고밖에는 생각할 게 없습니다.”
“그 선원 신병은?”
“확보 못했습니다. 다시 출항해서요.”
“총 종류는?”
“아직 확인 못했습니다.”
“내일 가서 확실하게 알아봐.”
진구가 끼어들었다.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응?”
“프리랜서가 원하는 게 뭐죠?”
“TC 라고 듣지 않았나? 그게 사람이든 단체든…”
“왜 TC를 찾느냐는 겁니다. 그게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거죠. 지금으로서는 그냥 자기 여자가 죽은 데 대한 화풀이를 하고 있다고밖에는 볼 수 없어서요.”
맞는 말이었다. 애인이 가자지구에서 죽은 이후로 일본을 거쳐서 한국까지 들어왔다. 일본에 간 이유도 김중식을 추격하기 위해서였고, 이제는 김중식이 아니라 더 위를 찾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이유를 알면 좋겠군. 그럼 프리랜서의 다음 목표도 알 텐데 말이야.”
“하지만 우리도 TC의 존재를 모르지 않습니까? 이유를 안다고 해도 TC가 무슨 뜻인지를 모른다면 프리랜서의 목표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알아내야지.”
두진은 내심 다짐했다. 김중식 자신도 모르는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러나 김중식이 단편적으로 아는 것만 끌어모아도 무언가 나올 수 있다.
“그보다 먼저 우리가 꼭 파악해야만 하는 게 있다. 프리랜서의 다음 행동이다.”
“프리랜서도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영란이 태블릿PC를 두진 앞에 내밀었다.
“프리랜서는 틀림없이 우리 주변에 머물러요. 부산에서도 언제나 그랬어요. 그리고 외지거나 한적한 곳을 피하고 복잡한 시내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은밀한 곳을 원하지 않고 복잡하고 사람들의 내왕이 많은 곳을 원하죠.”
“복잡한 곳이면서 우리 주변에 머문다?”
“그리고 필요한 무기는 직접 만들어서 사용해요.”
“꼭 직접 만드는 건가? 아니면 구할 수 없어서인가?”
“구할 수도 없죠. 검사님도 여러 번 보셨잖아요? 얇은 칼 말이에요. 그런 건 어디서도 구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프리랜서는 작업실이 꼭 필요하군.”
“특히 시끄러워도 의심받지 않을 곳이 필요하죠.”
“우리 근처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뭐야?”
“우리 대화를 도청하고, 최의원과 그 주변 사람들 대화도 도청한 게 틀림없으니까요.”
맞는 말이다. 도청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우리 주변이라는 말이지…”
두진은 핸드폰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생각난 듯 영란에게 말했다.
“핸드폰들 전부 2G로 바꿔야겠어.”
양쪽에서 도청하고 있을 것 같았다. 프리랜서는 작은 칩을 이용할 것이고, 다른 쪽은 유리창의 떨림으로 대화 내용을 알아내는 최첨단 도청기까지 동원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대화는 취조실 안에서 하자.”
두진은 핸드폰을 책상에 내던지고 취조실로 들어갔다. 두진을 따라서 다들 취조실 안으로 몰려 들어갔다. 김중식이 놀라서 쳐다보았다.
“회의실로 좀 사용합시다. 같이 끼어도 좋고.”
김중식은 영문을 몰라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두진 일행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에 오류가 있으면 지적이나 해주시구려.”
“무슨 일인지 모르겠소.”
두진은 중식에게 담배를 내밀었다.
“뭐 회의실로 좀 사용하려는 것뿐이오. 마땅한 회의실이 없어서.”
김중식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명색이 대한민국 검사님이신데 회의실도 제대로 마련할 수 없던가요?”
“검사가 뭐 대단한 줄 아시는데, 이 건물 안에 깔린 게 검사입니다.”
두진은 담배를 물었다.
“이 건물 전체가 금연이어서 말입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면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회의가 안 돼요.”
영란이 일어나서 천장의 환풍기를 켰다.
“사실은 이 방이 검사님 흡연실이에요.”
“엄청난 비리군.”
“비리에 대해서라면 김중식씨가 대한민국 최고 아닌가요?”
영란이 쏘아붙였다.
“그런 말 말아요. 형사님, 난 그저 깃털에 불과하니까.”
김중식은 능글맞게 웃었다.
“그리고 몸통은 당신네들이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적당히 하는 게 좋을 겁니다.”
두진은 담배를 피우면서 중식을 바라보았다. 사람 같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다. 온통 괴물투성이다. 그래서 괴물이 괴물을 낳고, 그 괴물이 더 큰 괴물을 낳는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반복. 결국 이 세상은 괴물 천지가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누구나 매일 괴물들을 상대하면서 살아간다.
“김중식씨, 우리 걱정보다 본인 걱정을 더 하셔야죠. 지금 밖에서는 김중식씨 목매달려고 대한민국 사람 반이 몰려들어 있어요.”
“그건 진짜 누굴 목매달아야 하는지 몰라서들 그러는 거지.”
“그렇게 말하는 김중식씨는 알아요?”
영란이 날카로워진 눈빛으로 김중식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한민국의 해운업계 비리라면 내가 잘 알지.”
“누굴 목매달아야 할까요?”
“꼭대기가 누군지 알면 나도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겠지. 김형사님도 그거 알려고 들다가는 김형사님이 먼저 매달릴 거요.”
영란이 얄밉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프리랜서도 그럴 것 같아요?”
“그야 모르지. 나도 그 결과가 궁금해요.”
“프리랜서가 왜 그렇게 그 꼭대기에 집착하죠? 무슨 상관 같아요?”
“그걸 나도 몇 번 물었는데, 민감한 부분이어서 그 부분에 접근하면 화부터 내는 바람에 제대로 말을 붙여보지 못했소.”
두진이 진구를 돌아보았다.
“교과서 창고 사건 수사팀에서는 뭐 좀 흘러나온 거 없어?”
“전혀 없습니다. 뭔가 있어도 기관에서부터 완전히 차단하는 것 같습니다.”
“모사드와 정보군도 그 팀으로 합류했나? 우리 쪽으로 전혀 접근하지 않는데?”
“그래도 우리 쪽을 주시하고는 있겠죠. 프리랜서의 종적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두진은 프리랜서를 상대하면서 내내 무력함을 느꼈다. 평소에는 범인이 누구인가만 특정하면 총알처럼 잡아들이는 게 한국의 경찰력이다. 검찰수사관들보다 범인을 수배하고 잡아들이는 데에는 일선의 경찰수사관들이 훨씬 우수하다. 현장에서 몸으로 뒹굴기 때문에 임기응변에 능하고 잠복에도 뛰어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잡기 어려운 상대는 연고가 없는 상대다. 게다가 상대가 전문가니까 더더욱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다.
“내가 한 가지 알려드릴까?”
김중식이 인심 쓰듯 끼어들었다. 모두 김중식을 돌아보았다.
“내 코가 개코거든. 아파트 살 때에도 어느 집에서 뭐 시켜 먹는지, 어디서 뭘 요리하는지 난 귀신같이 맡았어. 서울에 와서 말이야. 프리랜서가 어딘가 나갔다가 오면 가끔은 온몸에서 중국 음식 냄새가 났어. 그리고 어느 때인가 스치듯이 본게 있는데, 그게 무슨 양꼬치집이었던가… 중화식부? 그런 이름이었어.”
“짜장면 냄새?”
“아니, 그런 거 말고… 그게 무슨 향이야? 중국에 가면 거리에서 많이 나는 냄새 있잖아요?”
영란과 대운이 서로 마주보았다.
“중국인 거리?”
“중화식부?”
“양꼬치?”
두진은 방향을 선회했다.
“부산 나중에 확인하고 중국인 거리 뒤져보자.”